제품을 만드는 기업에게 명가라는 호칭이 주어진다는 것은 단순히 만드는 제품이 좋기만 해서는 얻기 힘든 호칭입니다. 역사, 전통 그리고 신뢰가 바탕이 되어 이름만 들어도 해당 제품군의 품질, 인상감, 정서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적 환기까지 와닿는 제품을 통해 이미지를 꾸준히 쌓아 감으로써 제조사에서 추구하는 가치와 믿음이 많은 사람의 가슴속에 전해지는 것을 만드는 곳.
그것을 소위 명가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SIGMA의 기업 역사는 반세기를 넘은 비교적 오래된 회사지만, 그 이미지 자체는 명가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다소 거리가 있는 회사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으로 부터 4년 전 새로운 SIGMA를 필두로 한 SIGMA Global Vision을 통해 미래 비전을 천명합니다. 그리고 잘 아시다시피 Art 라인업이 만들어지기 이전과 이후의 SIGMA는 다른 회사라고 해도 그리 과장이 아닐 정도로 훌륭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SIGMA 최초의 Art 렌즈 라인업이 세상에 선 보인 지 4년이 흘렀습니다. 이 시간 동안 정말 한숨도 쉬지 않고 다양한 렌즈를 개발, 발매하였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입니다. 그러한 렌즈들을 계속 보는 동안 저도 모르게 SIGMA의 ART 라인업 렌즈들에 대한 기대치가 무척 높아졌고, 이렇게 높아진 기준치를 계속 만족시키고 있는 SIGMA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소위 믿고 쓰는 SIGMA Art 라인업 렌즈가 된 거지요. 그럼에도 4년이라는 무척 짧은 시간 때문인지 SIGMA를 노숙한 명가라고 부르기엔 심리적 저항감이 있습니다.
조금 다르게 보자면 SIGMA는 한창 성장가도 중인 힘 넘치는 젊은 회사인 것이지요. 그리고, 그러하기에 가능한 것이 있습니다.
이 가능성을, 단지 가능성이나 망상 혹은 꿈으로 끝내버리는 것이 아니라, 정말 현실화 시켜버린 SIGMA의 또 하나의 작품 (Art). 바로 SIGMA Art 24-35mm f2 DG HSM 렌즈 입니다. 컨슈머 대상 광학 이미징 시장에 있어서 세계최초 f2의 초대구경 줌렌즈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이토록 과감한 혁신적인 렌즈를 바라보며, 불과 4년이라는 시간임에도 저는 이 시점을 기준으로 앞으로 SIGMA는 젊은 명가로 불러도 문제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식가격 129,600엔 세금포함)
이 과감한 렌즈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이전에 간략히 외관과 사용감을 훑어보도록 합시다. 렌즈의 본질은 성능이지만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사용하는 사람의 기분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디자인이 좋지 않으면 손이 잘 안가는 것 또한 사실 입니다. 그런면에서 렌즈의 디자인 자체는 시그마 글로벌 비전 이후정립한 호평의 디자인 언어를 계승하여 적절하게 정리된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Art 렌즈 라인업을 말해주는 이니셜 A의 은장 마크는 이 렌즈가 가진 정돈된 디자인의 화룡정점이라 할만 합니다. 또한 줌 링은 마운트 쪽, 포커스 링은 대물 렌즈 쪽에 안배된 익숙한 배치로 의식할 필요 없이 메뉴얼 포커싱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길이의 포커스 링 길이도 적절합니다. 렌즈의 길이는 약 12.3㎝, 필터 스레드는 82mm의 초대형 사이즈입니다.
또한 렌즈 경통에 사용한 재료는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이미 알만한 TSC (Themally Stable Composite) 입니다. 금속 부품과 친화성이 높고 극단적 온도 변화 조건에서도 팽창, 수축률이 낮으며 고정밀도 제작이 가능합니다. 또한 높은 탄성율과 강한 경도를 가지고 있으므로 항공기, 자동차 등에 사용 됩니다. 광학업계에선 SIGMA가 최초 사용하고 있습니다.
익숙한 디자인이라고 하지만 여기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이 렌즈를 손에 잡고 나서 처음으로 놀란 부분이 바로 줌 링의 동작 감촉 니다. 매우 섬세한 줌 조작이 가능하도록 줌 링 동작 감촉에 무척 집착했다는 것이 전해질 정도입니다.
어떤 렌즈들처럼 경박한 깡통 같은 느낌과 비교 할 바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무척 무거워서 힘들게 만들지도 않습니다. 손가락 끝의 힘의 방향을 조금만 올려주면 뜨거운 밥 위에 버터를 올렸을 때 스르륵 녹는 것처럼 기분 좋게 움직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흐물거리지도 않기 때문에 멈춰야 할 땐 정확하게 멈춰 줍니다. 때문에 이렇게 부드럽게 움직이는데도 불구하고 약간 의식해서 힘을 줄 때는 외려 적당한 토크감이 느껴집니다.
이런 기계류의 동작감은 절삭 가공 정밀도, 부품의 구성, 토크의 분배 설계, 마찰하는 부속의 감촉을 조정하기 위한 윤활유의 조성비, 제조 등 생각 이상으로 많은 영역이 관여됩니다. 그리고 이건 단순히 기분 좋은 주밍 동작을 위해서만이 아닌 24-35mm 화각의 줌렌즈라고 하는, 대단히 독특한 이 렌즈의 기본 컨셉에 대하여 SIGMA가 어떠한 설계 철학과 자세로 접근했는가를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 이야기를 조금 길게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일반적으로 줌렌즈 3총사 하면 14-24mm, 24-70mm, 70-200mm 이 세 가지의 렌즈를 지칭합니다. 그와 비슷하게 광각계 렌즈 안에서도 부동의 인기를 누리는 3총사가 있습니다. 바로 35mm, 28mm, 24mm 입니다. SIGMA Art 24-35mm f2 렌즈의 설계 철학은 바로 단렌즈의 줌렌즈 화 입니다.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24mm, 28mm, 35mm 렌즈 3개를 하나로 합친 것입니다.
이 3개의 광각 렌즈는 줌 렌즈를 메인으로 쓰는 분들이 얼핏 보기에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 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광각 렌즈 3총사에서의 각 렌즈의 초점거리에 따른 쓰임과 맥락은 참 다릅니다. 먼저 광각 3총사 이야기에 앞서 '기준' 이야기를 해 봅시다.
기준이라고 한다면 35mm 필름 사이즈의 카메라에서 표준 렌즈라 불리는 50mm 렌즈를 예로 들어야겠습니다. 50mm는 육안을 통해 들어오는 모든 시각 정보 중에서 비교적 자신이 의식적으로 봤던 것에 대한 인상감을 담기 좋으며 육안과 거의 비슷한 원근감 (인간의 물리적 시야각은 160도 정도이며 50미리는 46도 정도입니다. 화각과 원근감은 다르지요) 으로 표현 하는 렌즈지요.
다시 광각 렌즈 3총사로 돌아가 봅시다. 35mm는 어떤 목적지로 이동하기 위해 무심히 걷다가 시선이 어떤 곳에 향하는 그때의 인상감 혹은 광경감 혹은 화각이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마치 표준 렌즈 같은 부드러운 광각 렌즈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28mm는 오브제와 촬영자 사이의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의도적인 심리적 거리감을 살짝 남겨두고 싶을 때. (저는 고독한 화각이라고 말 하곤 합니다만) 게다가 광각 고유의 강한 원근감 왜곡이 발생하기 바로 직전의 마지막 화각이기도 합니다.
24mm는 넓게 열린 시원한 시야와 동시에 과장된 원근감이 시작되는 화각이며, 이를 통해 가까이 다가가서 촬영 할수록 오히려 피사체를 주목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과장된 원근감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광각 줌렌즈의 대표 화각이 14-24mm같은 류의 렌즈가 24mm 부터 시작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야기 한 김에 화각에 따른 화면의 변화를 사진으로 간단하게 살펴 보도록 합시다.
35, 28, 24mm 순으로 촬영한 것입니다. 사진 중앙에 보이는 투명 캐노피의 크기를 동일하게 촬영하였을때의 배경의 변화와 앞부분의 길이 변화를 비교하며 보면 되겠습니다. 이때 광각으로 갈수록 배경은 작아지고 바닥의 면적은 넓어지며 비행기의 코 부분은 길어집니다.
광각 렌즈를 중심으로 하는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사진적 어조를 대표하며 또한 가장 많이 사랑 받는 렌즈가 바로 35mm, 28mm, 24mm 인것이지요. 그리고 이런 화각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분들은 24-70mm 류의 줌 렌즈보다는 단렌즈를 사용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렌즈 3개를 하나로 합친 줌렌즈를 만든다고 할 때 조각감의 측면에서 가장 많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바로 줌 링의 조작감일 것입니다. 이 렌즈를 경험 하실 땐 이러한 맥락을 환기하면서 줌 링의 토크감을 꼭 음미해보셨으면 합니다. 무척 즐거운 경험입니다.
더불어 한 가지 아쉬운 점을 말하자면, 이렇게나 집착을 가지고 만든 줌 링의 조작감이기에 여기서 딱 한발만 더 나가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는 28mm 화각을 무척 좋아합니다. 어느 정도냐면 줌링을 조작해서 촬영한 다음에 렌즈가 몇mm 화각에 맞춰져 있는지를 렌즈 외부에 표시된 인디케이터를 보니 딱 28mm에 멈춰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과감한 렌즈를 '정말로' 만들어버린 김에 줌 링 기구에 클러치 구조를 채용하는 것도 좋겠지만, 제작 단가와 더불어 호불호가 갈릴 것 같으니, 이것까진 아니더라도 줌링을 돌릴 때 28mm에서 살짝 부드러운 클릭감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만약 제가 시그마의 제품 기획, 마케팅 부서에서 있었다면 어떻게든 꼭 넣고 싶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통상 일반적인 줌 영역대라면 모르겠지만, 광각 단렌즈 3개를 하나의 렌즈에 집결한다는 컨셉을 생각한다면 외려 당연한 게 아닐까 싶긴 한데 말입니다.
그럼 이 렌즈의 컨셉과 동작감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다음으로 넘어 가봅시다.
렌즈의 좌측면에는 심플하게 AF, MF 전환 스위치가 있으며 스위치의 작동 감도를 볼 때 이전에는 작동 감도가 강직하게 마무리했기에 힘을 인식해서 전환해야 했다면, 이번의 경우 이전보다 힘을 덜 들이고 조금 경쾌한 느낌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완급 조절이 되었습니다.
물론 AF 모드로 촬영 한다고 해도, 포커스 링을 조작 하면 FTM (Full Time Manual)기능으로 인해 메뉴얼 포커싱 조작이 가능합니다. 물론 AF를 작동시키는 모터는 링 타입 HSM (HyperSonic Motor)를 채용하여 빠르고 조용한 AF동작이 가능합니다. 또한 이 화각대의 단렌즈 평균 최소 초점 거리가 촬상면으로 부터 25cm~30cm인데, SIGMA Art 24-35mm f2 렌즈의 경우 전 줌 영역에서 최소 초점 거리 28cm를 달성 했습니다.
초점 이야기가 나와서 말입니다만 SIGMA 24-35mm 렌즈는 기본적으로 USB Lens Dock이 필수 일 듯합니다. AF의 정확도 이슈는 SLR 카메라 구조상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고 해도 좋겠지만, SIGMA 24-35mm 렌즈의 경우 자체의 AF 제어 문제라기보다는 줌 렌즈이기에 구조적으로 발생하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 이유를 조금씩 풀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아래 사진을 보도록 합시다.
24mm로 설정하여 조리개를 한 단씩 조여가며 포커스 테스트를 한 것입니다. 오렌지색 라인은 포커스가 맞은 범위를 표시합니다. 위의 사진을 보면 포커스 쉬프트가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좋군요. 24mm야 광각이다 보니 조리개를 조인다고 하더라도 피사계심도가 깊어서 쉽게 표시가 나지 않습니다.
매우 이상적인 형태에 가깝다고 해도 무리 없습니다. 또한 컬러 촬영에 있어서 잡색을 끼게 만드는 축상색수차 또한 어지간한 단렌즈 보다도 더 작은 편이기 때문에 초점이 맞은 영역을 기준으로 부드럽게 넘어가는 보케(노망미)의 맑은 색상을 기대 할 수 있습니다.
'포커스 쉬프트'를 처음 듣는 분들을 위해서 간략하게 말하자면, 렌즈의 구면수차 영향으로 포커스는 고정상태에서 단지 조리개를 조였을 뿐이지만 마치 포커스링을 조작 한 것 처럼, 초점 영역이 이동하는 것을 말합니다. 특히 근접거리 촬영, 대구경 렌즈에서 쉽게 발생합니다.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두 가지가 있는데 비구면렌즈에 의해 얼마간 경감 할 수 있고 여기에 덧붙여 플로팅 포커스 구조라는 값 비싼 방법을 통해 보다 확실히 경감 할 수 있습니다. (포커스 쉬프트의 자세한 이야기는 2013년에 제가 리뷰한 SIGMA Art 35mm f1.4 렌즈 리뷰의 하단을 참조 바랍니다) 그럼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가 봅시다. 다음은 28mm 영역을 살펴보도록 하지요.
위는 28mm로 설정하여 같은 방법으로 조리개를 한 단씩 조여가며 만든 테스트 차트입니다. 조리개를 한단 조였지만 포커스 쉬프트가 발생하여 피사계심도가 원래 맞아야 할 초점을 아슬아슬하게 커버하며 초점 범위 전체가 제법 위쪽으로 이동해버렸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35mm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납니다. 바로 이어 35mm 포커스 차트를 보도록 합시다.
위는 35mm로 역시 동일 방법으로 테스트 하였습니다. 역시 28mm와 매우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조리개를 한단 조였을 때 원하는 초점을 아슬아슬하게 포함한 피사계심도를 가지면서 포커스 쉬프트가 발생하여 피사계심도가 위쪽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조리개를 3단 정도 조여야 촬영 시 몸이 앞뒤로 살짝 흔들려도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요점을 정리하자면 최대개방에서는 포커스가 잘 맞았으나 조리개를 조였을 때, 특히 근접 촬영 시 어쩐지 포커스가 살짝 뒤로 밀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피사계심도의 정석인 초점이 맞은 영역을 기준으로 앞 1/3, 뒤 2/3의 이상적인 피사계 심도가 아니라 앞 1/9, 뒤 8/9식으로 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SIGMA라고 하더라도 줌 렌즈였기 때문일까요, 단렌즈 설계와 비교하면 훨씬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줌렌즈이므로 어쩔 수 없다곤 하지만, 상대 기준이 아닌 절대기준으로 볼 때 살짝 아쉽습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포커스 쉬프트의 발생이 적은 렌즈는 여러분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종류가 작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무척 좋아하는 빛나는 T* 코팅의 이름 높은 Zeiss 50mm f1.4 단렌즈의 경우 그 명성에 비해 다른 부분을 떠나서 포커스 쉬프트는 처참할 정도로 심합니다. 당연히 되어야 하는 게 안되는 렌즈들이 상상 이상으로 정말 많습니다.
따라서 이를 기준으로 본다면 SIGMA Art 24-35mm f2 줌 렌즈는 비록 포커스 쉬프트가 발생은 하지만 최소한 피사계심도 안에 걸쳐있기 때문에 초점을 맞춰둔 영역으로 초점이 제대로 맞아 들어갑니다. 결과적으로 줌 렌즈임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되어야 할 것이 당연하게 되는, 몇 안 되는 제대로 된 렌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가지 살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통상 포커스 교정은 최대개방 기준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위의 이야기를 읽고 여기까지 끈기 있게 따라와 주신 분이라면 빠르게 눈치를 채셨을 듯 합니다. 최대개방 기준에서 자신이 원하는 포커스 위치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조리개를 1~2단 조였을 시 결과적으로 렌즈의 성능을 끝까지 뽑아내지 못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 렌즈의 기본적인 버릇을 파악하여, 퍼포먼스와 포텐셜을 바닥 끝까지 뽑아내고 싶다고 했을 때 심플한 해결법은 최대개방시의 포커스 포인트와 포커스 쉬트의 영역이 겹치는 부분을 섬세하게 고르는 것 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상기에서 잠시 언급한 SIGMA USB Lens Dock 입니다.
SIGMA 렌즈 리뷰때마다 언급하고 있는 악세사리 입니다만, 제차 말씀드리자면 이것이야말로 컨슈머 대상 광학업계에 있어서 혁신이라 할 만합니다. 그리고 제가 SIGMA를 좋아하는 여러 가지 이유 중에 하나 이기도 합니다. 특히 거리별 초점을 정밀하게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은 속이 시원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뭔가 프로패셔널한 기분을 만끽하는 것은 덤입니다. 관련으로 여러 차례 언급되었으니 보다 관심 있으신 분께선 제가 작성한 SIGMA 150~600mm f5~6.3 Sport 렌즈 리뷰를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초점과 관련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고, 마음 급하신 분께선 그래서 렌즈 성능이 어떤가를 무척 궁금해하실 것 같습니다. 그럼 뜸 들이지 말고 바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SIGMA의 공식 MTF 챠트 입니다. 디퍼렉션 (회절) MTF와 지오메트리컬 (기하학적) MTF 두가지가 소개 되어 있는데 통상 광학 업계에서 사용하는 MTF는 기하학적 MTF입니다. 그러나 기하학적 MTF는 실제 사용자가 손에 얻을 수 있는 것과 좀 다릅니다.
실제로는 빛의 회절 영향을 받기 때문인데, 따라서 더 현실적이고 사용자 관점에서 실질적으로 손에 쥘 수 있는 해상력에 가까운 데이터를 표현하기 위해 나온 것이 회절효과에 의해 현실적인 성능을 예측할 수 있는 회절 MTF 방식을 SIGMA에서 제안합니다.
위의 그래프를 볼 때 24mm영역이 35mm영역에 비해 해상력이 높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조금 아쉽지요? 마침 신뢰의 DxOMark 데이터가 있기에 이걸 정리해봤습니다. 내용이 좀 길어 보이지만 무척 흥미진진한 결과를 보기 쉽게 정리 요약한 것이므로, 광각 단렌즈 팬이신 분은 놓치지 말고 꼭 보셨으면 합니다.
먼저 SIGMA Art 24-35mm f2와 Nikon 24mm f1.4G ED 렌즈를 함께 살펴보도록 합시다.
둘 다 최대개방 상태에서의 비교입니다. SIGMA Art 24-35mm f2의 성능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대단히 놀랍습니다. 단렌즈 보다 훨씬 뛰어난 줌렌즈. 게다가 컨슈머 대상 광학 이미징 시장에서 지금껏 만들어진 수많은 줌 렌즈 중에, 세계최초 전 구간 f2를 달성한 초대구경 렌즈입니다.
이렇게만 보면 조금 아쉬우므로 둘 다 똑같은 f2로 비교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한 번 더 준비했습니다. 바로 보시죠.
24mm f1.4 렌즈에서 조리개를 한스톱 조여 f2로 만들고 SIGMA Art 24-35mm f2는 여전히 최대개방 상황입니다. 최대개방 vs 한스톱 조리개 조임. 보시니까 어떠신가요? 참고로 한국 기준으로 24mm f1.4G 렌즈의 실구매 최저가는 250만 원, SIGMA Art 24-35mm f2의 실구매 최저가는 110만 원 입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둘 다 조리개 값을 2.8로 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기지요?
여전히 SIGMA Art 24-35mm f2의 성능이 높습니다. 24mm 구간의 화질은 지금까지의 줌 렌즈 상식을 완전히 파괴합니다. 문자 그대로 단렌즈 보다 더 뛰어난 줌렌즈 입니다.
그럼 28mm 화각을 Nikon 28mm f1.8G와 함께 살펴 봅시다.
둘 다 최대개방 상태입니다. 최중앙부는 Nikon 28mm f1.8G가 조금 더 낫고 중 후반부는 SIGMA Art 24-35mm f2가 조금 더 나아 보입니다. 하지만 MTF를 볼 때는 단순 해상력만이 아닌, 방사형 MTF와 원심형 MTF사이의 거리에 따라 상이 맺힐 때의 깨끗함을 예측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해상력은 Nikon에 비해 약간 모자라지만 맺힌 상의 깨끗함은 중심부를 기준으로 SIGMA가 조금더 정돈 되어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Nikon 28mm f1.8G를 f2로 계측한 데이터를 바로 보도록 하겠습니다.
28mm의 f2끼리 비교에서는 확실히 Nikon 28mm f1.8G렌즈가 우위에 있습니다. 방사, 원심형 MTF의 차이가 거의 없는 SIGMA의 경우 맺힌 상의 깨끗함은 조금 더 낫겠지만, 그럼에도 이 정도면 고화소 카메라인 D810에 물린 경우 사용자가 그 차이를 체감할 정도입니다. 그럼 둘 다 f2.8로 설정했을 때를 보도록 합시다.
f2.8로 되니 둘 다 매우 뛰어난 해상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세하게 SIGMA Art 24-35mm f2가 결정적 우세까진 아니지만 조금 더 낫습니다. 둘 다 매우 뛰어난 렌즈라 하겠습니다. 풀어서 이야기 하자면 SIGMA Art 24-35mm f2렌즈에서 28mm 구간일때 조리개를 한단만 조여도 고해상력의 단렌즈보다 더 나은 결과를 보여줍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35mm 구간을 살펴보겠습니다. SIGMA에서 공식 자료로 발표한 MTF를 보면 24mm 구간의 화질은 굉장히 좋고 상대적으로 35mm 구간에서 상대적으로 약간 떨어지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실제로는 어떨까요? Nikon 35mm f1.4G 렌즈와 함께 최대 개방 구간부터 바로 살펴보도록 합시다.
아.. SIGMA Art 24-35mm f2 구간중 화질이 제일 떨어진다는 35mm 최대 개방 구간임에도 35mm f1.4 단렌즈 보다 낫습니다. 그럼 바로 35mm 단렌즈의 조리개를 한스톱 조여 둘 다 같은 f2로 설정해서 살펴봅시다.
최중심부를 기준으로 본다면 그대로 단렌즈 체면은 겨우 세웠습니다. 허나 중심부에서 20%를 넘어가는 구간부터는 여전히 SIGMA Art 24-35mm f2 줌렌즈가 더 낫습니다. 그럼 둘 다 f2.8로 설정해서 살펴봅시다.
제차 말씀드립니다만 '줌 렌즈'인 SIGMA Art 24-35mm f2렌즈에서 화질이 제일 떨어지는 구간인 35mm 영역의 비교입니다. Nikon 35mm f1.4G 렌즈의 가격은 실구매 최저가 기준 200만원 입니다.
현실적으로 보더라도 SIGMA Art 24-35mm f2렌즈는 24mm에선 최대개방 그대로 촬영해도 단렌즈를 압도하는 성능을 보여주고 있으며 28mm, 35mm 구간에서 해상력이 필요한 경우 조리개를 한단만 조여도 단렌즈 보다 나은 해상력이 표현 된다는 것이지요.
어떤 면에선 지금까지 금기시되었던 (하나마나였었던) 줌렌즈 vs 단렌즈 였습니다. 하지만 이렇게만 보면 공평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내친김에 SIGMA의 역사를 새로 쓴 신호탄인 SIGMA Art 35mm f1.4렌즈와의 비교를 보너스 스테이지로 준비해봤습니다.
역시 명불허전이군요. SIGMA Art 35mm f1.4은 대구경 단렌즈는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훌륭한 성능을 뽐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35mm f1.4렌즈의 조리개를 한 단만 조여서 같은 f2로 설정해봅시다.
아... 역시 차이가 큽니다. 뭔가 전형적인 단렌즈 vs 줌렌즈의 매우 익숙하고 안심(?)되는 그래프 입니다. 그럼 여기서 둘 다 f2.8로 조리개를 셋팅 해봅시다.
여기선 오히려 SIGMA Art 24-35mm f2가 약간 더 높은 성능을 보입니다. 그래프가 잔뜩 나오다보니 좀 어질어질합니다. 그래서 실제 결과물은 어떻는가를 바로 살펴 보고 요약 들어가겠습니다.
아래 사진은 SIGMA Art 24-35mm f2 줌 렌즈에서 35mm 구간으로 촬영한 것으로 위의 파란색 사각형은 1:1 픽셀 매치 (100% 확대) 한 것을 크롭하여 바로 아래 사진에 붙인것 입니다.
두꺼운 페인트의 양감과 왼쪽 구간에 함몰된 페인트의 외곽 디테일 그리고 중앙을 가로지르는 엷게 파인 선들이 표현되고 있습니다. 매우 높은 해상력으로 놀라운 표현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럼 바로 이어서 35mm 영역의 해상도를 조리개 별로 살펴보도록 합시다.
위의 파란색 사각형 영역을 1:1 픽셀매치 (100% 확대) 하여 크롭한 것을 조리개 1단 별로 조여가며 촬영한 것을 주루륵 훑어봅시다.
f2 - 최대개방
f2.8 - 조리개를 한단계 조였을 뿐임에도 초점이 맞은 곳의 해상력이 사실상 거의 끝까지 올라옴
f4 - 실질적으로 3,620만 화소의 D810이 담을 수 있는 해상력을 초과함. 피사계 심도가 깊어짐으로 주변부의 섬세한 디테일 증가의 주목
f5.6
f8 - 렌즈의 최대 해상력을 펼칠 수 있는 마지막 조리개
f11 - 약간의 회절 발생, 미약한 해상력 저하가 감지 되기 시작함
f16 - 회절이 심화되어 해상력 저감이 나타남
그럼 요약해봅시다. SIGMA Art 24-35mm f2 렌즈의 초점거리별 해상력 특성을 보자면 24mm 영역에서 최고의 해상력을 보이며 그다음으로 35mm영역의 해상력이 따라오고, 마지막으로 28mm입니다. 24-35mm 줌 영역 전체 구간을 살펴보더라도 단렌즈 보다 오히려 낫거나 또는 비슷한 렌즈 해상력이 나타납니다. 정말 놀랍습니다.
광각 단렌즈 3개를 합쳤다는 농담 같은 말이 단지 마케팅적 수사가 아닌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래의 렌즈 구성도를 봤을 때 박력이 느껴질 정도의 아낌 없는 물량 투입을 통한 렌즈의 구성 때문입니다.
총 18매 13군 구성의 화려한 구성으로 특수 렌즈만 하더라도 비구면 렌즈 1매, 비구면 SLD 렌즈 2매, SLD렌즈 5매 그리고 FLD 렌즈 1매를 투입하였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SLD 렌즈는 Nikon으로 치면 ED렌즈에 해당 하는 것으로 2차 스펙트럼을 감소하는데 효율이 좋은 렌즈 입니다. 축상 색수차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되지요. 이런 SLD렌즈를 다시 비구면 (아스페리컬) 으로 만든 렌즈와 더불어, 마지막으로 렌즈 재료로서 최고급 소재인 형석과 동등한 성능을 내는 렌즈가 FLD가 투입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특수 렌즈가 9매, 일반 렌즈가 9매로 그야말로 정상의 범주를 넘어선, 화질에 대한 집착과 고집이 느껴지는 물량 투입이라 하겠습니다.
이쯤에서 사진 한장 더 보겠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오렌지색 사각형을 1:1 픽셀 매치 (100% 확대 크롭) 한 사진을 바로 하단에 붙였습니다.
무심히 버스를 타고 가던 중 유리에 묶여있던 색과 태양의 따뜻한 빛이 쏟아지면서 바닥에 펼쳐진 색과 동시에 은빛으로 반짝이는 조각과 펄의 패턴이 순간 보였습니다. 빠르게 카메라의 노출을 조정하여 순간적인 AF로 촬영한 것이 위의 사진입니다. 이 정도의 묘화력을 가진 줌렌즈라면 단렌즈 애호가 입장에서도 마음이 쓰이지요.
렌즈 평가에 있어서 다른 요소를 조금 더 살펴보도록 합시다. 먼저 가볍게 왜곡률을 살펴보도록 합시다.
24mm에서는 중심부는 0%에 가까운 왜곡률을 가지면서 최대 -3% 까지의 배럴 디스토션이 나타납니다. 이에 반해 35mm 영역에서는 핀 쿠션 디스토션이 나타납니다. 왜곡률은 줌렌즈 기준으로 아주 준수합니다.
위의 사진은 엽서 사이즈의 안셀 아담스 사진집을 24mm로 촬영한 사진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왜곡이 제법 잘 잡혀있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익히 봐왔던 과장된 왜곡의 24mm와는 조금 다르게 살짝 침착한 미감 하고 있습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25mm 정도라고 해야 할까요.
35mm 화각으로 촬영한 위 사진의 경우 극주변부를 기준으로 24mm렌즈와 반대로 약간의 광각 왜곡 효과 생깁니다. 살펴보는 김에 보통 메이커에서 데이터로 제공하지 않는 극주변주의 색수차를 살펴봅시다. 위 사진의 최상좌측 오렌지색의 사각형을 1:1 픽셀매치 (100% 크롭 확대) 한것이 아래 사진입니다.
줌렌즈 치곤 제법 준수한 편입니다. 여기서 디지털 촬영의 이점을 살짝 살려봅시다. RAW 현상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주변부 색수차 제거 기능을 가볍게 적용해본 결과가 아래의 것입니다.
색수차에 의한 색분리가 말끔하게 제거 되었습니다. 자, 그럼 연속해서 비네팅을 특성 그래프를 살펴보도록 합시다.
그럼 바로 샘플 사진을 훑어봅시다.
대구경 단렌즈의 아주 우아한 비네팅에 비하면, 24mm 최대개방 구간에서 비네팅의 딱딱함이 약간 아쉽습니다. 그러나 35mm 구간의 경우 최대개방에서도 비네팅의 그라데이션이 부드럽게 연결되므로 사진의 중앙으로 시선을 부드럽게 유도 하는 효과를 주목 해볼 만 합니다.
그 밖에 조리개 날은 9매의 고급 구성으로 원형 조리개를 잘 유지하고 있으며, 공식 지원 스펙은 아니지만 간이 방진, 방적 정도는 문제없는 듯합니다. 촬영하면서 갑작 스러운 많은 비가 쏟아서 렌즈가 제법 젖었었지만, 태풍 정도가 아니라면 문제없어 보입니다. 단, 그렇다고 해도 렌즈에 비가 닿았을 경우 촬영을 마치고 나서 마른 수건 등으로 적절히 청결 유지를 해준다면 좋을 것 입니다.
자신의 웹브라우저가 컬러프로파일을 올바르게 렌더링을 하는지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는 방법은
http://color.org/version4html.xalter 에 접속하여 사진의 색이 정상적으로 보여야 합니다.
지금까지 SIGMA Art 24-35mm f2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이 렌즈는 참으로 과감한 렌즈 입니다. SIGMA의 높은 기준의 성능 설계를 실제로 제품화를 가능하게 하는 제조 기술과 장인정신 그리고 과감한 도전의식이 합쳐진 결과로서, 컨슈머 광학업계 역사상 최초로 고화질의 고정 f2 초대구경 줌렌즈가 나왔습니다.
또한 광각 단렌즈 삼총사의 화각과 화질을 24-35mm라는 줌렌즈 형태로 담아낼 수 있다면 매우 합리적인 화각과 밝기의 줌렌즈가 됩니다. 생각하는 것은 쉽지만 이전엔 그 어떤 메이커에서도 이런 렌즈를 만들어낸 적이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상상만 한 것에 그치지 않고, 현실화 한 도전정신과 제품으로서도 매우 뛰어난 렌즈를 이렇게 파격적인 가격으로 만들어낸 SIGMA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렌즈 컨셉 자체가 매우 높은 광학 성능이 요구되므로 초대구경 설계가 필요하기에 960g의 가볍지 않은 무게를 가지고 있습니다. 허나 제가 애용하는 렌즈인 SIGMA Art 50mm f1.4 렌즈는 815g입니다. 한가지 더 생각 해볼 것은 24, 28, 35mm 단렌즈 세 개를 합친 평균 무게는 메이커에 따라 약 990g~1,645g 정도입니다.
960g의 무게는 가볍지 않으나 광각을 메인으로 쓰는 분 입장에선 3개의 단렌즈를 쓸때 처럼 렌즈를 갈아 끼울 필요 없이 Sigma Art 24-35mm f2 렌즈 하나로 끝나는 안락함, 상황에 따른 화각 변경의 순발력은 덤 입니다.
다시 말해 줌렌즈의 일반적 의미 방향을, 완전히 반대로 발상했다고 할 것입니다.
촬영 목적과 스타일에 따라 다르지만, 저는 단렌즈만 사용합니다. 여러 이유 중 한 가지는 지금껏 사용해봤던 다양한 줌렌즈 중에 가슴 깊이 박혀 든 것은 Nikon AF-S 14-24mm f2.8G ED 줌렌즈가 유일했기 때문입니다. 화질에 있어서 매우 좋은 렌즈이며 화면을 지배한다고 해도 좋을 정도의 화려한 구성미를 만드는 렌즈지만, 저의 작업을 이루는 어조와의 거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업무상 이유가 아니라면 이십여년간 계속 단렌즈만 사용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카메라 가방에 항상 있어야 할 렌즈 중
최초로, 줌렌즈인 SIGMA Art 24-35mm f2 를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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